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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싸움엔 명분이 있어야, 그럼 뉴진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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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3. 27. 13:32

일방적 전속 계약 파기·활동 중단 명분 없어 보여
소속사 상대로 결기 과시…그러나 지지 얻지 못해
격앙된 감정 억누르고 '자기 객관화' 절실한 시점
문화부 조성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부산 암흑가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는 먼 인척 관계의 로비스트 '최익현'(최민식)이 라이벌 조직과의 싸움을 부추기자 이렇게 말하며 선전포고를 주저한다. "싸우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아입니까! 명분이!"

영화속 건달도 이처럼 명분을 중시 여기는 마당에 다른 직업군은 말할 것도 없다. 음악인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팝스타 프린스와 조지 마이클이 음반사를 상대로 수 년간에 걸친 소송전을 벌였을 때 음악팬들이 이들을 응원했던 까닭은 뚜렷한 명분에 있었다.

프린스는 창작욕을 억누를 수 없어 연이은 앨범 제작을 고집했으나, 음반사는 앨범이 너무 자주 나오면 오히려 잘 안 팔릴까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지 마이클은 정규 2집이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지 못한 이유를 분석한 뒤 "홍보가 효과적이지 못했고 부족했다"며 음반사를 직격했다. 나름 명분 있는 투쟁이었기에 대중음악계는 아티스트의 권리 보전 차원에서 둘의 '싸움닭' 기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 계약 분쟁중인 뉴진스는 어떨까. 20대 초반의 걸그룹으로는 보기 드물게 기자회견과 법정, 국회의 국정감사장 등 여러 공식석상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똑 부러지는 어조로 직접 밝혔다. 또 법원이 소속사의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과감하게 활동 중단을 선언하는 등 '결기'를 과시중이다.

그러나 그 같은 '결기'가 대중의 폭 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평범한 제3자의 시선에서는 그럴 듯한 명분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이들이 일방적 전속 계약 해지의 사유로 내세웠던 주장들의 요지를 정리하면 '친한 사람들이 다 잘렸네. 이거 회사가 우리를 무시하는 거잖아. 아이 기분 나빠'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이해 당사자들끼리 법으로 촘촘히 엮여 있는 공적 관계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막무가내식 투정 혹은 철 없는 떼쓰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마냥 여겨진다. 법에 무지한 일반인이 봐도 그런데, 하물며 법조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과가 얘기해준다.

지금 뉴진스는 해외 언론들을 만나 "법원의 인용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 가요계가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려 한다"며 푸념할 때가 아니다. 일단은 격앙된 감정부터 가라앉힌 뒤 '자기 객관화'에 주력하고, 자구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음험한 심보를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주위 사람들의 조언만 계속 믿고 고집을 부리면, 자칫 '게도 우럭도 다 잃는' 상황에 직면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게와 우럭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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