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지에 반발…"트랙터 시위를 보장하라"
장기화 조짐…이미 지난해 28시간 대치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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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측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고개 일대에서 트랙터를 실은 대형 트럭 20여 대를 동원해 서울 진입을 시도했다.
전농은 이날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를 동원해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를 열고 남태령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 트랙터의 서울 진입은 불허하되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트럭 20대 진입만 허용하면서 기존 계획 대비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전농 측은 이 같은 법원에 대형 트럭에 트랙터를 싣는 방식으로 시위 방식을 변경했다.
이날 본지가 현장에서 확인한 트랙터를 실은 대형 트럭은 20대가 넘었다. 전농 측은 트랙터의 경우 소와 같은 존재로, 가장 중요한 것을 갖고 올라왔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경찰은 전농 측의 우회책에도 법원의 '트랙터의 서울 진입 불허' 결정을 근거로 이들의 진입을 막아섰다. 경찰은 남태령 고개 일대 집회 장소를 기준으로 서울 진입로 쪽으로 바리케이트와 인간 띠를 둘러 진입을 봉쇄했다. 이날 경찰은 기동대 27개 부대·경력 2700명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농민은 서울 진입을 막는 경찰을 향해 "왜 차를 막아서느냐"며 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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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 측은 농성을 벌이며 '릴레이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현장을 찾은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경찰에 경고한다. 트랙터 행진을 보장하라"며 "트랙터가 폭력 무기도 아니고 교통수단인데, 조금 천천히 갈 뿐이라 그것을 가로막는지 모르겠다. 행정안전위원회 의원으로서 이 문제를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경찰에 날을 세웠다.
경찰과 전농 측 대치가 장시간 이어지자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았다. 노란 실로 뜨개질을 하는 참가자도 있었으며,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이들도 보였다. 간식을 나눠주거나 트럭 안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남태령 고개에서 남태령역으로 내려가는 길목엔 보수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석열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한 보수 유튜버가 전농 집회 참가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현행범 체포를 촉구하자, 해당 참가자가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고성이 오갔지만 경찰의 제지로 상황은 금방 해소됐다.
전농 측은 경찰이 자리를 비킬 때까지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라 대치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미 전농 측은 지난해 12월 21일 남태령 인근에서 경찰과 28시간 대치한 끝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까지 트랙터로 행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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