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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문체부, 국립예술단체와 소통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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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3. 18. 09:56

[포토]문화·체육·관광분야 중장기 핵심프로젝트 발표하는 유인촌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 본관브리핑실에서 문화·체육·관광분야 중장기 핵심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성일 기자
소통(疏通)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하는 바가 서로 통함' 또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요즘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예술단체들 간의 불협화음을 보면 새삼 소통의 중요성이 떠오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중장기 비전 '문화한국 2035'을 발표하면서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을 위해 국립예술단체와 기관의 지역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첫 타자는 남북 문화예술 교류를 위해 지난 1986년 출범해 한국적 소재의 창작 가무극을 제작해오고 있는 서울예술단이다. 문체부는 서울예술단을 내년 광주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전하고 명칭도 국립아시아예술단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그간 지역 균형발전이라고 무수히 말했지만 실제 이뤄진 것이 별로 없다"면서 "국립단체로서의 역할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8개 국립예술단의 공연 10건 중 8.6건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등 대부분의 공연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있다"는 점이 지적된 바 있다.

지역에서는 이번 정책이 수도권과 지역 간 문화예술 격차 해소 및 지역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서울예술단이 내려오는 것을 너무나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지방 대학의 예술 분야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예술단의 천 개의 파랑 중 한 장면
서울예술단의 '천 개의 파랑' 중 한 장면. /서울예술단
하지만 정작 서울예술단 측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서울예술단은 "사전 논의 및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온라인에서는 광주 이전을 반대하는 서명 운동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문체부의 정책은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합리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광주 이전은 예산 과다 소요, 창작 스태프 및 제작 기반 부족, 지역 예술단체와의 형평성 문제, 단원들의 거주 이전과 생활환경 변화 등 다양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역시 일리가 있다.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어디에 살든 고르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생각은 옳다. 남은 건 소통의 문제다. 예술가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고, 문체부가 국립예술단체 구성원들과 깊이 있는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 용역 등을 통해 국립예술단체의 지역 이전이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지난달 국립예술단체 5곳의 통합 사무처 신설 계획도 발표했다가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각 단체가 좋은 공연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도록, 행정적인 부분만 통합해 예술단체의 일을 도와주겠다는 것이 문체부의 취지였다. 각 단체의 명칭도 유지하고 프로그램 선정과 연출 등에 있어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예술단체들은 이사회가 합쳐지고 통합사무처가 생기면 정부 입김이 커지고 자율성이 후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또한 충분한 논의와 소통이 절실해 보인다. 취임 이후 그 누구보다 현장을 많이 찾고 대화하며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 온 유 장관이 더욱 적극적인 소통으로 결실을 거두길 바란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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