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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크라, 30일 휴전 합의…공은 러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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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극 기자

승인 : 2025. 03. 12. 08:16

전면 휴전 기간 우크라 안보계획 논의
미,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 해제
러, 즉각 반응 없이 "이번주 미와 협상'
SAUDI ARABIA UKRAINE USA DIPLOMACY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왈츠,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안드리 예르마크(좌측부터)이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논의하는 회담을 갖고 있다. /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안한 30일간의 휴전을 수용하면서 양국은 11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휴전 계획은 러시아의 수용이 전제조건이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중단을 위한 협상이 개시될 예정이라고 AP·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개최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광물협정을 체결하고 종전계획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격렬한 설전을 벌인 끝에 불발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날 협상이 타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사이에 불거진 갈등은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장거리 공습과 드론 공격, 흑해에서의 군사 작전을 중단하는 부분적 휴전을 제안했으나,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전면적인 휴전에 동의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8시간 넘게 진행된 협상 후 기자들에 "오늘 우리는 우크라이나 측에 휴전과 즉각적인 평화 협상 개시에 대한 제안을 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수락했다"며 "이 협상이 지속 가능하고, 그들의 이익과 안보를 보장하며, 국가로서 번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 이 제안을 러시아 측에 전달할 것이며, 러시아가 '예'라고 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다음 단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투 중단을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길 바란다. 우리는 이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며칠 내로 합의가 확정되기를 희망한다"며 "내일 러시아와 중요한 회담이 예정돼 있으며, 좋은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어떤 양보안 없이 분쟁의 영구적 종식만을 요구하며 휴전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휴전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반복해서 "일시적인 휴전이 아니라 포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추진을 포기하고,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자국 영토로 인정하는 조건하에서 전투를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왔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에 달한다.

또 만약 러시아가 휴전안을 수락하고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등 각종 난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파병 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주장대로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이 배치될 경우, 미국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UKRAINE-CRISIS/USA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오른쪽)와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왈츠가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 협상 회의에 참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울러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 조치를 취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그는 러시아에 대해 관세 부과나 기타 경제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취임 이후 한 번도 구체적인 제재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마이크 왈츠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번 협상에서 "전쟁을 영구적으로 끝내는 실질적인 방안과 장기적인 안보 보장 문제를 다뤘다"고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 중단 조치를 즉각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공동성명 발표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 당국자들과의 협상이 이번 주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만 밝혔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만간 러시아 측 대표와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번 주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물렀지만 이번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회담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이 시작된 첫 순간부터 평화를 원해왔으며,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방식으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를 이루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동의하는 즉시 휴전이 발효될 것이라며 "합의가 발효되면 이 30일간의 '침묵' 동안 우리는 협력국들과 함께 신뢰할 수 있는 평화와 장기적 안보를 위한 실무적 문서들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러시아 모스크바 등을 목표로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 협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물협정은 이번 제다 회담에서 주요의제로 다뤄지진 않았다.
최효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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