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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의 헌법수호 의지와 국가권력의 반(反)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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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3. 0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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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로서 국민주권국가이다. 국민은 국가의 구성원이지 주인이 아니다. 국민과 국가는 주종관계가 아니며, 국가는 구성원인 국민이 살아가는 영토와 국가를 운영할 통치체제를 통하여 구성된 일종의 공법인이다. 현대에서 국가는 또 다른 국가들로부터 존재를 인정받아야 한다. 이렇게 법적 지위를 가진 국가는 구성원인 전체 국민에 의하여 운영된다. 그래서 주권자는 전체 국민을 의미하며 국민 개개인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는 국민과 영토이지만, 국가를 운영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요소는 통치권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국가운영에 직접 참여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대의제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권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국가를 대표하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거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공무원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이후 1960년 의원내각제를 채택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대통령제를 계속하여 채택한 중요한 이유에는 남북 분단의 휴전 상태에서 전시와 같은 국가비상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도 있다. 비록 1960년대 초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권위정부의 시대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 시기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적 발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87년은 우리나라 헌법사에 한 획을 긋는 헌법 개정이 있었다. 국민의 열화와 같은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수용하면서 1960년 도입하지 못했던 헌법재판소도 다시 도입하였다. 이 개정헌법은 4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이 헌법 아래에서 우리는 여러 차례 정권교체도 이루면서 마치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였다. 물론 현행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규정을 위시하여 전체적으로 상당히 균형이 잡힌 구조와 내용을 갖고 있다.

현행헌법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 논의가 있었다. 초기에 개헌 논의는 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이후에는 시대의 흐름과 세계화에 대응하는 기본권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입법부인 국회에서 절대다수의 정당이 주도하는 입법 독재와 다른 국가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권한을 오·남용하는 제왕적 국회가 등장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지금 우리나라는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의 전횡이 문제가 아닐 정도로 혼란에 휩싸여 있다. 작년 12월 3일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였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로 계엄은 해제되었다. 그 후 야당에 의한 대통령 탄핵소추가 투표불성립이란 방법으로 일사부재의를 위반하면서 2차에서 의결되었고,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이 청구되었다. 그런데 이로부터 대한민국의 법치는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내란혐의를 받은 대통령에 대하여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영장발급법원을 찾아다니며 법을 위반하였다. 체포·구속영장을 청구받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법을 만들며 영장을 발부하였다. 이 외에도 법원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의혹들이 발생했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공수처와 경찰은 위법을 자행하였다. 이후에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구속·기소 과정에서 위법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졸속진행이란 비난 속에서도 심리가 종결되고 결정만 남아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이 청구된 후 처음부터 법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헌재는 탄핵심판청구의 핵심적인 사유인 내란죄 부분이 변경된 것에 대하여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하며 각하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그리고 헌재는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방어권을 침해하였다.

나아가 헌재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서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을 위반하면서 헌법재판소 소송 규칙을 적용하면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다. 그리고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진실이 아님을 전제로 피청구인의 진술을 듣겠다는 발언을 통하여 주관적이고 편파적으로 절차를 진행하여 재판의 공정성을 스스로 침해하였다.

구태여 원로 헌법학자가 지적하는 헌재의 열 가지 잘못을 언급하지 않아도, 탄핵심판은 정당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헌재의 위헌·위법행위로 어떤 결정이 나오든지 상관없이 심판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게 되었다. 헌법재판은 헌법과 법률에 상관없는 초헌법적 재판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헌법재판관에 대하여 국회는 즉시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 그리고 탄핵심판은 중단되거나 종결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국가기관의 권한 행사는 범죄행위이며 무효이다. 법치는 국가권력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 국가기관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사하지 않는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국가권력이 위헌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이를 통제할 장치가 기능을 상실했다면 주권자인 전체 국민이 직접 헌법을 수호할 수밖에 없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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