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김대년의 잡초 이야기] 파스칼은 틀렸다, ‘갈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1.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22001001064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2. 20. 17:41

갈대
꺾이지 않는 생명력을 자랑하는 갈대
우리 동네는 임진강 하구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에 '갈대'가 참 많다. 겨울의 그림자가 남아있는 산책로의 갈대는 메마른 모습이지만 나름의 멋과 품격이 있다.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그 미세한 흔들림과 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전해주는 섬세함은 현악기 연주자를 닮았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 석양을 받아 빛나는 꽃이삭은 황혼을 응시하며 삶의 심연을 반추하는 노철학자의 고고한 자태 그대로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그의 저서 '팡세'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명언을 남겼다. 인간의 연약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인간의 취약성을 갈대에 비유한 것이다. 바람에 쉼없이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갈대는 결코 약하지 않다. 습지라는 악조건의 환경을 택한 갈대는 영리한 적응을 통해 강가나 호숫가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속이 비어있는 줄기와 깊고 넓게 뻗어있는 뿌리는 강한 바람이나 물살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킨다. 갈대숲은 다양한 생물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며 수질 정화에도 제몫을 한다.

흔들리고 휘어질망정 꺾이지 않는 기개, 제 몸을 내줘 주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넉넉한 상생의 품…! 갈대의 위대함을 파스칼이 진작 알았더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인간은 행동하는 갈대 ~ !"

/화가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