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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체 인프라와 경제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공화국 수장이 언급하기에 뭔가 어색하지 않냐는 지적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숱한 폐해를 야기했던 제왕적 대통령제에 신물이 난 국민들에게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을 제시했다는 긍정적 반응이 더 많았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오늘날 지방자치는 중앙집권적 정치구조에 따른 지역 불균형과 지방소멸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며 "외교안보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내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그가 지방분권을 기반으로 하는 '5대 강소국 프로젝트'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전국을 서울 등 수도권과 대구·경북,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충청도 등 5개 초광역 경제권으로 나누고, 각 지역의 특장점을 살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경제 중심지로 성장시키자는 혁신적인 구상이다.
그동안 '지방분권 개헌'은 지역경제 침체, 인구 감소 및 소멸 등으로 위기감을 느낀 비수도권 지자체장들이 주로 주창해 왔다. 최근 '대구와 경북간 통합' 이슈를 들고 나온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중앙과 지방의 진정한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려면 개헌을 통해 분권국가로의 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지난해 9월 "독일·프랑스와 같이 실질적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지방분권 개헌'이라는 작은 공을 쏘아올리자 또다른 수도권 지자체장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이를 맞받았다. 현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유 시장이 오 시장의 개헌 제안 발언이 있었던 같은날 "지방정부가 단순한 행정 단위를 넘어 실질적인 정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현재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를 개정해 지방정부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불을 더욱 크게 지핀 것이다.
유 시장은 민선지방자치 30년을 맞이한 올해 17개 시도지사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방분권이 특정 지역의 생존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당면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이제 공은 정치권, 아니 정확하게는 조만간 닥칠 조기대선에 출마할 여야 후보에게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각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출사표를 던지기에 앞서 "지방분권 개헌은 대한민국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최선의 선택지"라는 오 시장의 언급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