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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이대로 상법 개정하면 ‘제2의 삼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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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4. 11. 26. 16:39

"일부러 기업들 힘들게 하는 법안만 골라서 만드는 것 같다."

최근 만난 한 재계 인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국회의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일종의 하소연이다.

재계는 물론 금융권 등 경제계가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에 들어간 표현이 어렵다보니 일반 투자자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만큼 정치권의 선동에도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선 상법 382조3항에 명시된 이사의 '충실의 의무'는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충성할 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다. 이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재산을 편취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야당이 내세운 '소액주주 보호와'나 '증시 밸류업'과는 직접적인 연계 고리가 없는 규정이다. 이사가 회사 재산을 도둑질하는 것은 회사의 감사조직이나 사정기관에서 할 일이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여러 부작용 가운데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기업의 미래 성장엔진을 꺼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필수인데,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주주의 반대의 부딪혀 근시안적 결정만 내놓게 되는 악순환 굴레에 갇힐 가능성이 있다.

이에 산업계에선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제2의 삼성'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1974년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한국반도체를 인수하고, '삼성반도체'라는 이름으로 삼성전자를 탄생시킨 것도 단기 이익이 아닌 미래를 내다본 투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법 개정안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시장논리는 철저히 무시되고 정치적 손익계산으로 이뤄졌다. 우선 민주당이 투자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면서 일종의 '민심 전환용 카드'로 내놓은 것이 상법 개정안이다. 여론에 쫓겨 번갯불에 콩 볶듯 추진된 개정안에서 우리 경제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대한 진지한 검토는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이나 두산밥캣 분할 합병처럼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례를 상법 개정의 이유로 들고 있는데,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입법'이 될 수 있다. '회사 분할 후 기존주주 보호' 문제는 자본시장법이나 그 시행령에서 해결하는 등의 우회로도 충분히 열려 있다. 지금이라도 정치셈법을 내려놓고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시장구조다. 최소한 '4류 정치'가 1류로 도약하려는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것이 증시 밸류업의 시작이 아닐까.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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