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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파업에 ILO·WHO 끌어들이는 의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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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3. 14. 18:04

의료 파업으로 환자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전공의가 국제노동기구(ILO)에 개입을 요청하고 서울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문제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 의뢰하자고 했다. 이에 종교계까지 찬성하는 의대 증원 문제에 최고지식인 집단이라는 의사와 교수가 국제기구를 끌어들인다는 비판이 많다. 의료 선진국 한국이 국내 의료정책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서 해외에 맡기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3일 ILO에 개입 요청 서한을 보냈는데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게 이유다. 대전협은 "정부는 공권력으로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헌법과 국제기준을 위배해 기본권을 탄압하는 의료법 제59조를 폐지하라"고 했다. 노동부는 업무개시명령이 ILO협약 적용 제외대상이라고 반박한다. 대전협은 전공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77.7시간으로 응답자의 25%는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며 전공의 근로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법이 2015년 통과됐어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업무를 다시 배분하고 의대 정원을 늘려야 이런 고강도 업무의 문제를 풀 수 있는데, 왜 의대 증원에는 반대하는지 답답하다.

의대 교수들이 WHO 등 국제기구에 판단을 의뢰하자는 제안도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한국이 언제부터 이런 문제를 외국의 자문을 구했다는 말인가. 다른 나라는 의사가 부족하면 순조롭게 늘리는데 왜 국내 의사 증원 문제를 국내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는 국제기관에 문의한다는 말인가. 그들이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위임받을 근거는 또 무엇인가.

의사 증원은 노동 탄압도, 겁박도, 강요도 아니다. 전공의와 의사가 본분에 충실하면 해결되는 일이다. 현재도 의사가 부족한데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크게 늘 테니 의사를 늘리자는 단순한 논리다. 국민이 볼 때는 의사 증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에 반발해 휴학하고 의료 현장을 떠난 집단적·이기적 행동이 문제다. 국제기구를 끌어들이는 것은 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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