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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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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11. 05. 17:51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논설고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해묵은 분쟁은 매우 복잡한 영토적, 역사적, 국제적, 인종적, 종교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그 분쟁은 쉽게 해결하기도 따라서 끝내기도 어렵다. 또한 그 복잡성과 역사성으로 인해 어느 편의 잘잘못을 논하거나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은 더욱더 어렵고 따라서 삼가야 할 일이다. 여기서는 그 복잡한 분쟁의 배경은 접어두고 그 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자. 그러나 그 배경에 대한 성찰이 없이는 그 분쟁에서 얻는 교훈에 한계도 있고 어쩌면 오류마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말해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의 핵심은 그 영토다. 유대인들은 오래전에 팔레스타인을 떠났기에 그곳에 사는 유대인은 거의 없었다. 지금의 유대인들은 대부분 19세기 말 시오니즘 운동 이후 팔레스타인에 유입된 이들이다. 이스라엘은 과거의 연고권을 내세우며 고토를 회복해 오고 있다. 네 차례의 전쟁 때마다 그리고 평소에도 국제적인 합의와 UN의 지적과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정착촌을 늘려가며 조금씩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아랍인들의 지역으로 UN이 지정했던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가자 지구는 점점 줄어들어 이제 팔레스타인 전체의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영토가 되었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고토를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국제 정세를 잘 활용하면서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런 양상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유효했다. 여기에는 미국과 유럽의 유대인들의 직접적, 간접적 지원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이스라엘 그 자신의 단합과 의지와 힘이 그 근간이었다.

이스라엘은 성경에 뚜렷하게 나와 있는 자신들의 역사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팔레스타인 지역의 영토화를 정당화한다. 그것이 아랍인들이나 제3자에게는 부당하게 보일지라도 유대인들에게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유대인들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곳을 오래전에 떠났고 대신 그곳에서 쭉 살아왔던 이들에게 그곳의 연고권이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정당해 보이는 견해일 것이다. 그러나 영토 지배의 역사에는 우여곡절과 영고성쇠가 있기 마련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이 바로 그런 곳이다. 따라서 고토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경우 역사의 연고권이 매우 중요해질 수 있다. 자신들의 고토로 주장할 수 있고 그 고토를 차지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과거 역사는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영토를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이다. 그 힘이 없다면 아무리 역사적 연고권이 있다 하더라도 그 연고권을 현실화할 수 없다. 현실적인 힘이 없다면 실효적인 지배를 하고 있는 영토조차 빼앗기는 것이 국제적인 현실이다.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국토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주변 강대국의 연고권 주장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 나아가 적당한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의 연고권을 행사하여 고토를 회복할 수도 있다. 자신의 힘이 없어 강대국이나 타국의 호의에 의존하는 경우 언제든 그 먹이로 전락하게 된다.
한 세기 조금 넘는 시기에 우리는 힘이 없어 청나라에 휘둘리고 일본의 침략으로 그 식민지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이 우리를 함부로 할 수 없는 군사력과 문화력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중국과 일본의 우리 역사 왜곡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거의 방치하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이에 영합하기까지 한다. 일본은 지금도 독도를 넘어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가 있었다는 억지 주장을 하고, 중국은 고구려를 비롯한 우리의 고대 국가를 자기의 지방정부로 편입하고 만리장성을 북한 깊숙이까지 연장하는 말도 안 되는 왜곡을 일삼고 있다. 이들 처사는 여차하면 한반도에 대해 자신들의 연고권을 주장하려는 저의를 가진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철저한 대처를 하지 않으면 언젠가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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