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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칼럼] 미사일 방어체제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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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10. 3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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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겸임교수·김정호의 경제TV 대표
◇요격 성공률 90% 이상 아이언돔의 한계도 결국은 돈 때문


10월 7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로켓공격으로 초토화가 되었다는 소식에 한국형 아이언돔 생각이 떠올랐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공격해 오는 로켓 및 미사일들을 요격하는 체제로서 요격 성공률이 90% 이상임을 자랑했다. 세계 최고의 대공방어체제로 인정을 받게 되었고, 우리나라도 2029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필자는 그 계획에 대한 뉴스를 들으면서 2030년부터는 북한의 로켓 및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지려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초토화되었다. 사상자가 1000명에 가깝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사실 아이언돔 그 자체는 원래대로 잘 작동을 했다. 타미르(Tamir)라는 이름의 요격미사일들은 하마스의 로켓들을 잘 격추시켰다. 문제는 숫자였다. 아이언돔의 요격 미사일 숫자는 최대 800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하마스는 짧은 시간에 5000개의 로켓을 퍼부었다고 한다. 100% 요격에 성공했더라도 4200개는 남는 셈이고 그것에 이스라엘은 초토화되었다.
왜 이런 숫자의 차이가 났을까. 결국 돈 때문이다. 하마스의 로켓은 매우 조악해 개당 제작 비용이 300~800달러로 추정된다. 우리 돈으로는 40만~100만원 정도다. 반면 아이언돔에 사용되는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은 한 발에 5만~6만 달러, 한화로 7000만~8000만원에 달한다. 미사일 말고도 발사대와 레이더, 경로 계산을 위한 고도의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하니까, 800발을 준비해 놓는 데도 수조원이 투입되었을 것이다. 하마스는 그 허점을 노렸다. 비싼 요격 미사일을 무한정 비축할 수 없음을 알고는 수천개의 싸구려 로켓을 한꺼번에 쏴댔고, 그들 입장에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아이언돔은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북한 압도할 2만개 요격미사일 확보 불가도 결국 돈 때문


우리의 사정은 어떨까. 지금 당장 북한이 장사정포나 미사일 공격을 해올 때 한국군이 대응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은 패트리어트와 그 유명한 사드(THAAD)이다. 군사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세세한 성능까진 알 길이 없지만 개략적인 가격과 숫자는 공개되어 있었다.

우선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보유한 요격 미사일 숫자는 700개 이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북한이 보유한 탄도 미사일은 1300개, 장사정포로 쏠 수 있는 로켓은 시간당 1만6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의 요격 미사일은 숫자 면에서 북한과 상대가 안 된다.

왜 북한을 압도할 정도로 2만개 이상의 요격 미사일을 가지지 못할까. 돈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보유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경우 개당 400만 달러 즉 50억원 정도, 한국형인 천궁 미사일은 17억원이라고 한다. 사드 미사일의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지만, 현재 개발 중인 탄도미사일 방어용 요격미사일은 개당 1억1000만 달러, 한화로는 1500억원에 달한다(https://www.armscontrol.org/act/2021-06/news/new-icbm-interceptor-cost-18-billion). 요격 미사일 한 발이 그렇다는 말이다. 북한 공격에 대비해 수천, 수만 발 사들이기에는 값이 너무 비싸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용 미사일은 이보다는 훨씬 저렴하지만 여전히 비싸다. 이스라엘의 타미르 미사일은 1기당 8000만원인데, 장사정포로 쏘아대는 북한의 로켓은 하마스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할 테니 한국형을 만들려면 아마도 1억원은 족히 들어갈 것이다. 그것을 2만개 이상 만들려면 그것만 2조원이다. 경로예측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컴퓨터, 발사대, 운용인력을 양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비용까지 합치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다.

이렇게 요격 미사일이 비싸기 때문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무기들, 핵탄두를 가진 미사일, 그에 준하는 미사일에 대해서만 요격 체제를 갖출 수밖에 없다.

사실 얼마나 요격이 가능한지도 정확히 알 수도 없다. 아이언돔의 성공률이 뛰어난 데에는 하마스의 로켓이 조악하다는 이유도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장사정포로 쏘아대는 북한의 로켓은 그보다 정교하고 강력해서 맞혀 떨어뜨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일단 장사정포 등의 대량공격이 쏟아진다면 지하 대피호로 몸을 숨기는 것 외에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다.

◇'대량보복 능력' 증폭과 과시가 현재로선 북한의 공격 억제책으로 효과적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북한의 공격을 막기 위한 현재의 3축체제 중 요격은 두 번째이고 첫 번째는 킬체인이라는 이름의 선제공격, 세 번째는 대량보복이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대량보복이 가장 효과적인 억제책이라고 본다. 미사일은 방어보다 공격이 훨씬 쉽고 강력하다. 우리 군도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북한 지도부에 치명적 공격을 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보복 능력을 더욱 증폭시키고,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 날아오는 수만 발의 로켓을 막겠다며 돈을 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무기가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미사일 대신 레이저 광선과 마이크로웨이브 같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Energy Weapon)가 실용화된다면 미사일 요격 비용이 저렴해질 테니, 예방보다는 요격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날아오는 로켓과 미사일을 쏘아 떨어뜨리려 하기보다는 보복능력과 의지를 다지는 데에 돈을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김정호 서강대 대학원 겸임교수·김정호의 경제TV 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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