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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보디캠과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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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9. 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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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대기자
"교사들도 경찰처럼 보디캠을 착용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부모가 볼 수 있도록…."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 돌아다닌다는 글을 한 젊은 현직 교사가 알려왔다. 다소 엉뚱하기는 하지만 요즘의 교육 현실에 비춰볼 때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교사가 보디캠을 가슴에 부착하고 교실에서 지내면 하루 종일 일어난 일들을 고스란히 고화질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고 만일의 경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견해이리라.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수십 만 명의 교사들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다수의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교육 현장을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착잡하기만 하다.

지식 습득에 관한 한 아이들은 교사를 믿지 못하는 학부모의 적극적인 강요로 학원가로 내몰리고 있다.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의 어린 아이들은 힘겨워 보이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친구들끼리 사소한 다툼만 있어도 '학교폭력위원회'라는 입에 올리기조차 부담스러운 위원회를 막무가내로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면서 지식을 전하고 서로 돕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길러줘야 하는 교사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 해결 방안이 막연하기만 하다.

영국 런던 주재원 생활을 했던 후배가 들려준 얘기다. 그는 런던 중산층 거주 공립학교에 아이를 보냈다가 곧바로 자퇴를 시키고 비싼 학비를 들여가면서 사립학교에 등교시켰다. 공립학교 교실에 마약이 판치고 그라피티와 폭력이 난무해 도저히 자녀를 공립학교에 보낼 수 없었다는 하소연이었다.
우리의 교육 현장도 영국의 공립학교와 별반 다름이 없지 않을까. 영국 교육 현장을 체험하지 못했기에 정확히 진단하기는 힘들지만, 우리 아이들이 상당 시간을 보내는 교육 현장 역시 학폭위, 교사 사망 사건 등으로 마음 편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초등학교 복직을 앞둔 한 여교사는 요즘의 교육 현장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과연 복직을 해야 할지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버스에 내걸린 어느 광고는 '친구를 때리려는 아이의 팔을 잡으면 그게 폭력인가'라고 묻는다. 싸우고 웃고 해결하고 친해지고 그러는 게 아이들 세상 아니겠는가.

빠르면 올해 안 일선 경찰에 보디캠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 보디캠 업무 담당자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그동안 보디캠 지급을 막았던 관련 법 등이 개정돼 지급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지금 현장 치안 유지에 나서는 경찰관의 경우 시비를 없애기 위해 사비를 들여 보디캠을 구입해 착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경찰이 치안 유지 활동을 할 때 공식적으로 보디캠을 가슴에 달고 업무에 나서게 된다.

미국 경찰의 생생한 단속 현장을 영상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것은 보디캠 덕분이다. 고위직 인사가 교통단속 경찰을 상대로 갑질을 하려다 보디캠 때문에 물러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보디캠은 이런 교육 현장의 실타래를 풀어줄 '요술 방망이'가 될 것인가. 위의 인터넷 글이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교육 현장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더 냉랭해질까, 아니면 평정을 되찾을까. 보디캠을 가슴에 부착한 교사를 어린이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바라볼까. 지식은 학원에서 채우면 될 일이니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어린이들은 보디캠 부착 교사를 통해 무엇을 얻고 배울 수 있을까. 친구끼리의 말다툼에 교사가 개입하게 될 때 모든 과정이 고화질로 생생히 녹화된다면 아이들은 마음 편히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선생님들은 또 어떤 심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될까. 대다수의 교사들은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가르치고 있다. 보디캠이 우리의 교육 현장에 과연 등장할지,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이경욱 (본지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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