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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일상을 공포로 물들이는 ‘묻지마 범죄’ 통계도 대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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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3. 07. 27. 07:00

대책 마련 위한 통계 만들어야 진지한 논의 시작될 수 있어
설소영 증권부 기자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은 충격이었다. 범행 목적도 대상도 없는 '묻지마 범죄'였기 때문이다. 흉기를 들고 길을 걷다 무작정 눈에 띄는 누구든 피해자가 됐다. 피해자가 하마터면 내가 될 수 있었기에 공포심은 더욱 컸다.

경찰은 작년부터 '묻지마 범죄' 대신 '이상동기 범죄'라는 명칭으로 바꿔부르고 있다. '이상동기 범죄'는 범행동기가 마땅하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적절한 때와 장소를 고민해 특정된 대상을 목표로 저지르는 여타 범죄들과 달라 사전에 예방이 어려운 범죄 유형이다.

2012년 당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묻지마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경찰에 특별 대책을 주문했다. 경찰이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범죄예방에 임해 국민 불안을 잠재워달라는 부탁이었다.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일상을 공포로 물들이는 '이상동기 범죄'는 범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단순폭행부터 살인까지 범죄 유형도 다양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범죄가 그동안 얼마나 일어났는지 관련 통계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검찰청이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가 남아있다. 대검에 따르면 당시 '묻지마 범죄'로 분류된 기소 사건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54건 발생했다. 상해가 연평균 28.4건으로 가장 많았고, 살인(미수 포함) 사건도 연평균 12.6건이나 일어났다. 하지만 이후 집계된 수치는 없다. 통상 통계는 어떤 대책을 마련할 때 쓰이는 기초 자료가 된다. 자료가 없다는 건, 그동안 '이상동기 범죄'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처럼 전 국민적인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공염불이 곳곳에서 들린다. 이번에야말로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먼저 그동안 등한시했던 관련 통계를 만들자. 그런 다음 '이상동기 범죄'의 정의를 명확히 하자. 그래야 보다 진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제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제정신이기를 바라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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