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가해자에 주소 노출”…제2의 ‘돌려차기 피해자’ 막아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1.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613010006017

글자크기

닫기

임상혁 기자

승인 : 2023. 06. 14. 07:00

아시아투데이_임상혁_증명사진
"제 가족까지 죽게 생겼습니다. 제발 좀 살려주세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작성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 제목이다. 피해자는 현재 수감 중인 가해자 이모씨가 구치소에서 피해자의 주소를 외치며 "탈옥해 죽이겠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주소가 노출된 건 피해자가 이씨의 성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 사건은 여러 성범죄 정황이 있었으나,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였기 때문에 입증이 쉽지 않았다. 이에 1심에선 '살인미수' 혐의만 인정됐다.

피해자는 사각지대의 진실을 찾기 위해 수사기록 등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형사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열람이 거부됐다. 형사재판은 피고인과 검사(국가)만 소송 당사자로 본다. 사건 당사자인 피해자가 재판에선 '제3자'로 밀려난 것이다.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후에야 여러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주소 등 개인정보가 전달됐다. 민사소송 규칙상 소송을 제기할 때는 원고 본인의 이름·주소 등을 기재해야 한다.

피해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검찰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고, '강간살인미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최근 2심은 성범죄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의 염원이 이뤄졌지만, 그 과정에서 신변의 위험이 생겼다.

형사소송법 제259조의2에 따르면 검사는 범죄 피해자의 신청이 있을 때 공판 일시, 재판결과 등을 통지해야 한다. 사건의 실체를 담고 있는 사건기록 등은 알릴 의무가 없다. 지난해 4월 법무부는 이를 지적하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수사진행 상황 등도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개정을 향한 움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방어권도 보장돼야 한다. 다만 피해자가 기록에 접근하려면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지금 상황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피해자 신변을 보호하면서 '알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상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