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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군부 독재시절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서 부결…급격한 변화에 ‘거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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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22. 09. 05. 11:28

칠레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에 기뻐하는 시민
4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헌안 반대론자가 원주민 자결권, 성평등 등의 내용을 담은 개헌안 부결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군부 독재 시절에 제정된 헌법을 고치려던 칠레의 계획이 국민투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양성평등, 불평등 개선, 원주민 자결권 확대 등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내용이 다수 담겼음에도 급격한 변화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개헌 무산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칠레 개헌안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61.9%(개표율 96% 기준)를 차지했다. 이로써 유효표 과반 찬성이 필요했던 개헌안은 부결됐다.

이날 국민투표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정권(1973∼1990년) 시절인 지난 1980년 제정된 헌법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려는 취지로 실시됐다. 2019년 10월부터 시작된 불평등 개선 촉구 시위가 결정적 계기였다. 이른바 '피노체트 군부 독재 헌법'이 불평등을 조장하고 차별을 시정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해묵은 헌법을 갈아 치우자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몇 차례 개정은 있었지만, 그 근간은 유지됐다.

개헌 착수 여부를 묻는 2020년 국민투표에서는 78%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하면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후 성비 균형을 맞추고 원주민들도 포함한 제헌의회(155명)가 구성돼 초안을 작성한 뒤 정부에 제출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칠레는 사회·민주적 법치국가다. 칠레는 다민족적이며 상호 문화적, 지역적, 생태적 국가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새 헌법에는 원주민 자결권 확대와 양성평등 의무화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폭넓게 담겼다.

다만, 일부 조항 표현이 추상적인 데다 공기업 구성원 남녀 동수, 난민 강제추방 금지, 자발적 임신중절 보장 등 급격한 사회 변화를 사실상 강제하는 규정이 삽입되면서 이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투표를 수개월 앞두고 반대 여론이 찬성을 웃돌기 시작했고, 결국 이날 국민투표 결과에 이 같은 민심 변화 흐름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번 개헌안 부결로 지난 3월 취임 이후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왔던 가브리엘 보리치(36)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보리치 대통령은 개헌 자체는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전에 보리치 대통령은 만약에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새로운 개헌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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