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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브러진 전선이 바닥에”…전기 화재 취약한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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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윤 기자

승인 : 2024. 12. 23. 18:08

23일 오전 남대문시장 길 위로 전선 흩어져 있어
쌀쌀한 날씨로 시장 골목길엔 온열기 설치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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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인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길을 지나던 시민이 노점에 연결된 전선을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반영윤 기자
2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은 노점에 연결할 전선을 바닥에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가게 바로 뒤 한 시중은행에 볼일이 있는 한 행인은 전선을 밟고 지나갔다. 골목길 중간에 온열기를 설치해 추위를 피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이날 길을 지나던 시민이 온열기와 연결된 전선에 걸려 넘어질 뻔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의류판매업을 하는 이씨(67·여)도 가게 앞 시장골목에 온열기를 세워뒀다. 이씨는 "손님맞이를 위해 가게 밖에 있는 편이다. 요즘 같은 추위에 하루종일 (밖에) 나와 있는데 난로를 틀지 않을 수 없다"며 "손님들이 난로 전기 코드를 발로 차고 지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고 했다.

연일 영하권 강추위에 이씨처럼 온열기를 가게 앞에 두고 전선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많아졌다. 시민들이 길 위 전선을 밟을 경우 피복이 벗겨져 전기 화재 위험이 커진다. +극과 -극에 해당하는 두 전선을 감싼 피복이 벗겨지면 두 전선이 서로 닿아 합선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5년간 일어난 전통시장 화재는 총 310건으로, 이 중 131건(42.3%)이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절연열화에 의한 단락(합선) 30건 △절연재 표면에 습기·먼지가 쌓여 일어나는 단락 23건 △접촉불량으로 인한 단락 14건 등이었다.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화재는 부주의(100건)로 인한 화재보다 잦아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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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한 상인이 길가에 온열기를 설치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특히 잦은 온열기 사용으로 전통시장 전기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전기 화재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남대문시장에서 기념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강씨(32·여)는 "겨울철 들어 시장 골목마다 난로가 설치된 것을 본다. 전선이 검은 덮개로 군데군데 덮여 있지만 충분하진 않다"며 "눈이라도 오면 전선은 보이지도 않아서 시민들이 난로 선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화재 위험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전기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환경 정비 사업 시행과 함께 시장 상인들의 안전한 전선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5년간 전통시장 화재 중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건이 전체의 40%가 넘는다는 것은 안전시설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정부는 전통시장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것처럼 환경 정비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이어 "시장 상인들은 길가에 노출된 전선을 정리하고, 문어발식 전기 사용을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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