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 상승시 中企 환차손 0.36% 증가
하나·우리銀, 수천억원대 수출입기업 금융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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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은 외화 결제와 대출 만기 조정, 특별 대출 프로그램 등 수출입 기업 대상 금융 지원 패키지를 발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은 1449.50원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에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50원을 돌파해 최고 1452원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넘어선 건 세계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거셌던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국내 기업들엔 비상이 걸렸다.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값이 크게 올라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할 시, 중소기업이 환율 변동으로 입는 손해인 환차손은 0.36% 증가한다. 송영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강달러의 지속과 공급망 혼란 가중으로 중소기업의 잠재적 환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처럼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는 경우 환손실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들이 기업들에게 수입용 대금과 같이 단기 무역 자금으로 내주는 내국수입유산스 규모는 올해 25조8754억원에 달했는데, 지난해 말 대비 3조5066억원(15.7%)이 증가한 수준이다. 유산스는 원자재를 사들이는 기업 대신 은행이 수입 결제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기업이 계약 만기일에 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통상 달러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상환 기간 중 환율이 급등하면 그만큼 환손실도 커진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은행에 기업 외화결제와 대출 만기를 조정해 줄 것을 주문했다. 높아진 환율로 인해 기업들이 은행에 자금을 상환할 때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환율 안정과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사실상 은행에도 고통 분담을 요청한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요청했던 만기일 조정 외에도 특별 대출, 환율 우대 등을 포함한 금융지원방안을 마련하며 지원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20일 환율 변동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기·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기보·신보 보증부 대출 취급 시 금리를 지원하는 등 총 6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우리은행도 지난 19일 5000억원 규모의 수출입 기업 대상 금융 지원을 내년 1월부터 실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출기업에는 무역보험공사 보증서 담보대출을 공급해 수출 활성화를 지원하고, 수입기업에는 외화 여신의 사전한도를 부여하는 등 환율 변동에 따른 자금 수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수입신용장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신용장 대금 결제일을 특별 연장하고, 추가적인 지원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외환 관련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향후 불확실성이 줄어 환율이 적정한 선으로 내려올 때까지 (외환 부문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