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윤석명 칼럼] 국회 연금특위, 소득대체율 정확히 이해하고 개혁 논의하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80401000172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8. 04. 17:50

OECD서 평가한 韓 연금개혁 <6>
1윤석명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2018년 6월 20일, 『한국경제 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하기 전인 오전에, 세종시 KDI에서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2018년 한국경제 보고서는 오랜 기간 한국·일본 데스크를 맡아 온 랜달 존스(Randall Jones) 팀장의 마지막 보고서였다. 필자는 랜달 존스 팀장과 적지 않은 인연이 있었다. 2001년 OECD EDRC Committee의 한국경제검토 회의 때부터 2012년까지의 회의에 대부분 참석해서다.

2018년 OECD 보고서 내용이다. "국민연금 대체율을 40%로 낮추지 말고 당시 수준인 45%(당시 5.5% 수준이던 기초연금 소득대체율을 제외한 수치)를 유지해야 한다. [Third, the targeted NPS replacement rate, should remain at its current 45% (excluding the Basic Pension, which has a replacement rate of 5.5%), rather than cut to 40% as planned. 54쪽]". "2040년 국민연금 평균가입기간이 20.6년이어서, 실질 소득대체율은 20%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 이 권고안의 배경이었다. 그러면서도 "예정대로 소득대체율을 40%로 인하하고 연금 수급연령을 65세로 인상해도, 2044년부터는 연금지출액이 수입액보다 더 많아진다. (54쪽)"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즉 논리의 일관성이 없는 보고서였다.

당시 필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올리는 것을 선호했던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핵심참모와 이에 동조하는 전문가들 입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랜달 존스 팀장 발표 후, 바로 옆에 앉아 있던 필자의 토론 내용이다. "20년 동안 의견 교환 끝에 한국 연금 관련 주요이슈들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게 되었다. 대단한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는 이견이 하나 있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라는 내용 때문이다."

"한국은 높은 자영자 비중으로 인해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넓다. 직장인과 달리 9% 보험료 전액을 자신이 부담하는 자영자는 지금도 고통스러워한다. 소득대체율을 올린다면 재정안정 달성을 위해 보험료를 더 많이 올려야 한다. 높아질 보험료로 인해 취약계층의 사각지대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강조해 온 OECD의 사각지대 축소 권고와 배치된다..... 2040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6년에 불과하다는 내용 역시 '평균의 함정'에 기인한다. 소득이 제일 높은 10분위의 가입기간은 34년으로 전망된다. 이마저도 의무납입연령을 59세로 유지한다는 비현실적 가정에서 나온 수치다. 고소득층의 실제 가입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득대체율 인상 혜택이 고소득층에게 집중되는 문제가 많은 권고다." 필자의 발언 후 갑자기 정회가 선언되었다.
5분 정회 후의 랜달 팀장 발언이다. "보고서 발간 시점마다 정부의 특별한 요청이 있다. 그 요구를 꼭 들어줄 필요는 없으나, 협력 관계 유지 차원에서 해당 정부 요청을 고려하는 측면이 있다." 랜달 팀장의 이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지난 5월을 뜨겁게 달구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한 공적연금 강화' 주장은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에서 나왔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이해관계자 위주로 구성된 대타협기구가, 주제 넘게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합의했다. 제도 개편에 따른 부담 대부분을 신규 공무원에게 떠넘기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라는 내용까지 결정한 것이다. 어떤 자격으로 이런 결정을 했던 건지 지금도 궁금하다.

이쯤에서 2021년 개최된 한·중·일 연금전문가 회의에서 일본 연금전문가가 질문한 내용을 되돌아보자.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를 부담하면서, 일본보다 훨씬 더 많은 연금을 줄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공무원 신분으로 조심스럽게 질문한 이유가 있었다. 일본 공무원연금·국민연금 가입자가 우리의 공무원연금·사학연금보다도 더 많은 18.3%를 부담하는데도, 연금 지급률은 우리의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었다. '포퓰리즘 광풍이 비결'이라고 답변하고 싶었으나, "100년 뒤에도 연금 줄 돈을 보유한 일본의 연금 운영상황이 부러울 따름"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한국의 연금전문가로 얼굴을 들기조차 부끄러웠던 순간이었다.

대다수 언론과 연금전문가, 정치인이 지난 5월에 보였던 행태는 기이할 정도다. '보험료는 찔끔 올리면서도 소득대체율을 더 올리는 안'을 연금개혁이라 강변하면서, 당장 통과시키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듯한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 44%-보험료 13%안'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금도 맹비난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것이 아닌, 30%로 10%포인트나 낮추었을 경우의 재정추계 결과를 국민이 알아야만 한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상상하기도조차 어려운 "'소득대체율 30%-보험료 12%안'을 실행에 옮겨도 2070년에는 기금이 소진되며, 그해에 필요한 부과방식 보험료가 26.7%까지 치솟는다.(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자료집 479쪽)" 이 수치조차 지금 상황에서는 극단적으로 낙관적인 출생률 가정에서 얻어진 결과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 또는 50%로 더 올리자는 나라가 한국이다. 후진국 시절에 태어난 세대가 후진국 시절의 사고방식으로 연금 문제를 다루면서 일어나고 있는 대참사의 한 단면이다.

이제부터라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세대의 눈높이에 맞게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은 힘이 없어 당하고 있으나, 우리가 주도권을 쥘 때가 되면, 이 지경까지 만든 586세대들을 '연금 고려장' 시키겠다." 젊은 층 커뮤니티에서 거론되는 말이다. 공적연금 강화 명목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을 당연시했던 21대 국회 연금특위 논의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다. 이 상황을 22대 국회가 직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