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장용동 칼럼] 일본 ‘아자부다이’ 재개발이 주는 교훈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1.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12901001879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1. 30. 06:00

KakaoTalk_20230322_165435456
잃어버린 30년에 묻혀가던 일본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대기업 260곳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달하면서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넘나들고 있다. 어둠에 묻힌 경제에 희망을 주는 분위기여서 무엇이든 안된다는 자조적 패배주의를 딛고 설 태세다.

또 도쿄의 도시 경쟁력에 불을 지필 만한 재개발사업의 준공 역시 일본 재기 분위기에 큰 동력이 되고 있다. 롯폰기 힐스에 이어 또 하나의 명품 도시재개발 단지인 아자부다이 힐스 초고층 복합단지가 문을 연 것이다. 도쿄 중심부인 미나토구의 재개발 터 8만1000㎡ 규모에 들어선 이 명품 단지는 도심 오아시스 격인 녹지가 전체 부지의 30%에 달하는 2만4000㎡ 규모에 이른다. 여기에 일본 최고층 건물인 330m 규모의 모리JP타워를 비롯해 10여동의 건물을 세워 사무실과 주택·쇼핑·문화·교육·의료시설 등을 복합화한 미니 신도시급으로 조성했다. 세계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쇼핑, 국제학교인 브리티시 스쿨, 의료시설인 게이오대 예방의학센터 등이 입주한다. 글로벌 화두인 올 라운드 전천후 생활이 가능한 명품 복합시설이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것이다.

오늘날의 국력과 국격은 바로 도시의 경쟁력에서 나온다. "일본은 미국을 못 이겨도 도쿄는 뉴욕을 누를 수 있다"는 이 단지의 개발회사 CEO의 말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준다. 2000년대 초 이래 준공된 롯폰기 힐스를 비롯해 도라노몬 힐스, 긴자식스, 오모테산도 힐스 등의 명품 도시 재개발은 이미 세계인을 끌어당기는 명소가 됐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도시·부동산 개발의 최고 교과서로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어도 일본에 방문하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는 그림 같은 첨단 재개발 단지이다. 도쿄 풍경의 업그레이드는 물론이고 세계인을 또 한 번 불러모아 일본이 살아나고 있음을 알리는 빅 뉴스의 진원지가 될 게 분명하다.

복합개발의 시늉도 하지 못한 채 입으로만 떠드는 우리로서는 꿈의 단지 개발로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이를 주도해 온 일본 부동산 디벨로퍼이자 도시개발업체인 모리 측이 6400억엔(5조6000억원)에 달하는 건설비용을 조달한 점과 1989년 시작해 무려 34년이나 걸려 이 프로젝트 실현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지금은 한일 국가대항이 아니라 서울과 도쿄의 경쟁이다. 최고의 도시개발 합작품 내지 교향곡을 빚어내기 위해서는 건설사와 부동산개발업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주민 합치가 필수다. 정치가 삼류라는 점에서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이러한 작품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바로 기업과 지자체, 주민이 현명한 판단과 소통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남의 땅에 브랜드만 입혀 아파트만 지어대는 대형건설사와 일확천금의 수익만을 노리는 디벨로퍼들의 반성이 필수다. 수천 개에 달하는 중소 주택전문업체들과 역할이 다른 게 뭔가, 담보력과 브랜드만 가지고 달려드는 형국이다. 대기업들의 아파트가 서울에 꽉 들어찼지만 그로 인해 서울 도시 경쟁력 제고에 어떤 이바지를 했는지 의문이다. 집 팔아 돈 벌던 시대도 머지않아 저물 것이다. 도시와 국격에 이바지한다는 기업체들의 경영이념부터 다시 짜야 한다.

아울러 민간의 창조적 파괴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 주도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걸작품이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아자부다이 힐스를 위해 국가전략 특구 제도를 만들고 총리가 은행장들에게 도심 개발 대출에 감사하다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는 얘기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개발은 장기 투자사업이다. 일시에 마무리되는 게 절대 아니다. 끈질긴 설득작업과 이에 대응한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 그리고 명품화 전략이 필수다. 지주의 소유 땅을 그대로 두고 건물에 투자를 집중한 점이나 준공 후 명품 관리 차원에서 모두 분양하지 않은 점 등도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 못 할 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